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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 구원에 대하여
    문화 이야기 2023. 1. 30. 20:34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영혼을 팔지 않고서는 이 세상에서 '잘 나갈 수' 없다는 걸. 엄청난 부와 명성을 얻을 만한 재능이나 외모를 가진 사람일수록 영혼을 지키기 위해서는 철저하고 처절하게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도. 그래서 혹자는 말한다. 영혼을 팔지 않으면 연예계나 문화계에서 뜰 수 없다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고.

     

    그럼 우리가 아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들은 100% '그쪽'일까? 팔지 않으면 뜰 수 없으니 그렇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나는 백만분의 일 정도의 확률로 예외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확실히 거듭난 양심의 사람이 뜰 수는 없지만, 뜨고 나서 양심을 차린다면 얼마간은 그 영향력을 좋은 곳에 쓸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그래서 독자님들 마음 힐링도 위할 겸 박해영 작가의 <나의 해방일지>를 디코딩 해볼까 한다. 오늘은 어둠의 일을 밝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좋은 예'를 전하기 위해서.

     

    박해영 작가는 전작 <나의 아저씨>로 유명하다. 독자님들 중에도 분명 <나의 아저씨>를 '인생 드라마'로 꼽는 분이 계실 것이다. 마니아층도 두터우면서 대중적인 성공까지 이룬 비결은 무얼까. 아이유의 처지가 불쌍하고 공감이 가서? 이선균과 아이유의 케미? 모두 아니다. 그정도로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 드라마가 될 수 없다.

     

    <나의 아저씨>의 핵심 뼈대는 드라마 초반에 등장하는 이 대화에서 찾을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5Oui0KzYbjc 

    욕망 vs 양심. 극의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다. 그리고 둘 사이에서 항상 양심 쪽으로 '확 기우는' 이선균의 스토리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만약 이선균의 캐릭터가 드라마의 중간 어디쯤에서 양심을 팔아먹는다면 드라마는 처참하게 실패하거나, 아니면 재미와 B급 감성을 쫓는 대중들의 일회용 오락거리로 사랑받았을 것이다.

     
     

    <나의 해방일지>는 박해영 작가가 5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나는  작품이 '드라마를 순수문학의 경지로끌어올린 역작'이라고 믿는다. 어쩌면 전무후무한 작품으로 남을  같다. (나의  단편소설 <남기고 떠나다>의 주인공 이름이 김지원인데, 한창 작품을 구상중일  <나의 해방일지>를 접하고 감동한 나머지 일종의 오마주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단 이 작품의 주제는 '구원'이다. 손석구가 연기한 캐릭터 '구씨'는 '구원'을 의미한다. 그래서 삼남매의 고군분투기와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라는 표면적인 스토리에서 한 단계 들어가면 적그리스도의 구원을 기다리는 스토리가 나오고, 거기서 한 꺼풀 더 벗기면 진정한 구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히트작 <태양의 후예>에서 '구원 커플'로 유명했던 연기자들이 있다.

    진구와 김지원.

     

    그중에서 김지원이 다시 손석구와 만났다. 그래서 다시 구원커플이 되었다.

     
     

    미정(김지원 분)의 아버지는 목수다. 그것도 더러운 물을 내려보내는 씽크대를 만드는 목수.

     
     

    미정은 삼남매중에 유일하게 어려서부터 목수일을 좋아했다.

     

    그리고 어느날 구씨가 마을에 찾아와 아버지 천호진과 목수일을 함께 하며 아들처럼 지내게 된다는 설정이다.

     
     

    서울에서 호빠 마담 출신에 건달생활을 하던 구씨는 종교도 없으면서 늘 십자가 목걸이를 하고 다닌다.

     
     

    그리고 드라마의 타이틀인 '해방'은 주인공 미정이 출근길에 지하철에서 저 교회를 봄으로써 비롯된다. 5G가 코로나(왕관)을 이루고 있다. 결국 인간은 둘 중의 한 쪽으로 이 세상으로부터 '해방'될 것이다. 어쩌면 이 그림 하나가 현재 우리들이 살고 있는 현실을 축약해서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교회 앞을 구씨도 우연히  때문에 방문하게 된다. 이때 구씨가 보는 것은 5G안테나가 아니라 성경 구절이다.

     
     
     
     

    결정적으로 이런 고백이 드라마 후반부에 등장한다.

     

    염미정의 인생은 ‘구씨’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 사람의 인생은 구원(구씨)을 받기 전과 후로 나뉜다.

     
     
     
     
     
     

     드라마의 대사는 버릴  없다.  듣고 곰곰이 되새겨보면  좋다. 나는  드라마를  번쯤은   같다. 지금부터 함께 음미해보자.

     
     
     

    회사에서 직장내 괴롭힘을 당하는 미정의 대사.

    “당신과 함께 여기 앉아서 일한다고 생각하면, 이런 거지같은 일도 아름다운 일이 되요. 견딜만한 일이 되요.

     

    연기하는 거에요. 사랑받는 여자인 척, 부족한  하나도 없는 여자인 척.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의 지지를 받고, 그래서 편안한 상태라고 상상하고 싶어요.

     

     벌써 당신과 행복한  시간을 살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요. 당신 없이 있던 시간에 지치고 힘들었던 것보단 당신을 생각하면서 힘을 냈다는   기특하지 않나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도  좋아하지 않고,   시간 이렇게 보내다간 말라죽을  같아서, 당신을 생각해낸 거에요.

     

    언젠가는 만나게  당신. 적어도 당신한테  그렇게 평범하지만은 않겠죠. 누군지도 모르는 당신. 어디에있는지도 모르고, 만나지지도 않는 당신… 당신, 누구일까요.”

     

    미정이 생각해낸 '당신'은 남자일까. 아니면 다른 누군가일까. 예수님을 생각하면서 다시 읽어보자.

     
     
     

    "어려서 교회 다닐  기도 제목 적어 내는  있었는데, 애들이   보고, 이런   기도하지? 성적, 원하는 학교, 교우관계… 고작 이런  기도한다고? 신한테? 신인데?  궁금한  하나밖에 없었어. 나, 뭐에요?나 여기  있어요?

     

    91년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고, 50년 후면 존재하지 않을 건데, 이전에도 존재했고 이후에도 존재할  같은 느낌. 내가 영원할  같은 느낌. 그런 느낌에 시달리면서도 마음이 어디 한군데도, 한번도 안착한 적이 없어. 이불 속에서도 불안하고, 사람들 속에서도 불안하고.  왜, 딴애들처럼 해맑게 웃지 못할까.  왜,  슬플까.   가슴이 뛸까.   재미 없을까.

     

    인간은  허수아비 같애. 자기가 진짜 뭔지 모르면서 그냥 연기하며 사는 허수아비. 어떻게 보면 건강하게  산다고 하는 사람들은 이런 모든 질문을 잠재워 두기로 합의한 사람들일 수도. 인생은 이런 거야, 라고 어떤 거짓말에 합의한 사람들.  합의  해. 죽어서 가는 천국 따윈 필요 없어. 살아서 천국을  거야."

     

    살아서 천국을 보지 못하면,  Kingdom of GOD을 살아서 보지 못하면 죽어서도 천국에   없다. 이게드라마의 대사라니 믿을  없을 지경이다.

     

    특히 '나 뭐에요?  여기  있어요?'라는 대사는 수많은 갈대(주사기)와 함께다.

     

    이런 곳에 나 왜 있어요?

     
     
     
     
     

    천둥이 칠 때도 미정의 마음은 남들과 다르다.

    "사람들은 천둥번개가 치면 무서워하는데,  이상하게 차분해져요. 드디어 세상이 끝나는구나. 바라던 바다.

     

    갇힌  같은데 어딜 어떻게 뚫어야   모르겠어서, 그냥 다같이 끝나길 바라는  같아요. 불행하진 않지만, 행복하지도 않다. 이대로 끝나도 상관 없다.

     

     무덤으로 가는 길인데,  그렇게 신나고 좋을까. 어쩔 땐, 아무렇지 않게  사는 사람들보다 망가진 사람들이 훨씬 정직한 사람들 아닐까, 그래요.

     

    어디에 갇힌 건진 모르겠지만 뚫고 나가고 싶어요. 진짜로 행복해서, 진짜로 좋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아이게 인생이지, 이게 사는 거지, 이런 말을 해보고 싶어요."

     

    별로 말을 덧댈 필요가 없는  같다.

     
     
     
     

     작품은 사랑에 대해서도 깊은 관점을 제공한다.  진실과 진리에 가까운.

    "만나고 헤어지고, 수십 번인  같은데  매번 헤어질 때마다 이렇게 바닥일까. 매번 처음 보는 바닥같아. 아, 나는 갈망하다 뒈질 거야. 사랑을 줘. 나도 줄게.  줘. 나도  줄게. 선물 따위는 필요 없어. 이벤트 따위도 필요 없어. 그냥 사랑만 줘. 배고파.  줘. 더, 더, 더…

     

    너는 나처럼 갈구하지 마.  줘. 전사처럼  줘. 그냥 사랑으로 폭발해버려. 절대, 나처럼 갈구하지 마."

     

    남에게 사랑을 갈구하지 말고 '전사처럼'  주라고 한다. 박해영 작가에게 전사란 ‘다 주는’ 사람이다.

     
     
     
     
     

    허영에 취해 결혼을 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의 현실을 꼬집기도 한다.

    "예린이 정도 된다는 건, 끌어야 되는 유모차 있고 보내야 되는 유치원 있는 그런 여자라는 건데, 적어도 내가 괜찮다 생각하는 여잔 그정도 욕심은 내도 되는 여자인 건데, 근데 나는 그걸 해줄  없는 남자란 거. 그게 나의 딜레마야.  딜레마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계속 여자를 만나니까 계속 헤어지는 거야. 다연이라고  다르겠어.  욕심 빤하고,  주제 빤하고."

     

    여자의 허영을 맞추기 위해 창희는 허영 속으로 따라 들어가고, 그래서 결국 결혼을 하지 못하게 된다. 혹은하더라도 차라리  하는 편이 나았을 인생을 살게 된다.  대사에 작금의 미혼율과 퐁퐁남 문제가 모두 녹아 있다.

     
     
     

    그리고 작가는 사실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들이 진짜로 원하는  뭘지 나름대로의 해답을 내비친다.

     

    "존재하는  떠들어대는  말고, 쉬는 말이 하고 싶어. 대환데, 말인데 쉬는  같은 말. 섹스라고 말하지만, 사실  남자랑 말이 하고 싶어."

     

    연애와 섹스라고 말하지만 사실  깊게 들어가면 ‘쉬는  같은 말’을 하고 싶다는 염기정. ‘안식이 있는 관계’를 갈망하는 인간의 본성을 나타내준다. 안식이 있는 관계는 오직 그분과의 관계밖에 없다. 그분으로 인해 비로소 남녀간의, 가족간의, 친구간의, 이웃간의 관계도 안식이 생긴다.

     
     

     대화는 작가가 의미하는 바가 좀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존댓말로 혼잣말 해보신 분? 나는 깨어 있는 시간은 거의다 존댓말로 하는 혼잣말이다.

     
     
     
     
     
     

    현아는 남자가 생겼을 거라고 한다. 하지만 좋아하는 남자 생겼다고 마음속으로  남자랑 대화하는 사람을나는  적이 없다. 간혹  수는 있겠지만 여기서 작가가 의미하는 뭔가가  있다는  쉽게 짐작할  있다. 해본 사람만 알아볼  있는 장면이라고   있겠다.

     
     
     

    작가는 ’ㅇㅇ만 하면’이라는 마인드셋을 가지고 오늘도 어둠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메시지를 전한다.  집만 사면, 학위만 따면, 취직만 하면, 결혼만 하면, 서울에 살기만 하면… 오늘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허망한 목표를 위해 좌절도 하고 기뻐하기도 하면서 고군분투한다. 그리고는 정작 원하는 것을 얻고 나면 깨닫는다. 달라진  하나도 없음을.

     
     
     

    경기도에 살아서 자꾸 연애에 실패한다고 생각하는 창희는 달랐을 거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미정은 서울에 살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도 똑같다는  어렴풋이 알고 있다.

     
     
     
     

    주인공 삼남매는 이름에 그들의 특징이 녹아 있다. 맏이 염기정은 모든 것이 ‘기정’사실이다. 정해져 있다. 좋고 싫은 것도 분명하고 원하는 것도 분명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항상 불행하다. 둘째 염창희는 ‘창’녀같은 ‘희’락에 집착한다. 좋은 차, 서울 집, 돈이 인생을 바꿔줄 거라 굳게 믿는다. 막내 염미정은 모든 것이 ‘미정’이다. 딱히 좋은 것도 없고 알겠는 것도 없다. 내가 여기  있는지, 나는 뭔지가 가장  고민이다. 결국 미정과 구씨가 만나서 구원을 이뤄가는 와중에 기정과 창희는 과거를 반성하고 회심을 하게 된다.

     

    물론 이 드라마도 연예계의 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지고 방송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이제까지 밝혀냈던 코드들이 거의 다 등장한다. 해바라기, 벚꽃, 데이지, 아이비가 한꺼번에 등장하고 온갖 숫자들, 암시들, 이혼이나 독신 장려, 5G, 갈대밭, 돌연사 코드, 심지어 을지로 코드까지 등장한다.

     
     

    미정의 회사 위치는 극중에서 명확하지 않지만 굳이 ‘을지로행’을 제안하고 모두가  제안에 환호한다.

     
     

    그런데 나는 뭔지,   여기 있는지가 최대 관심사인 미정은 을지로에 가지 않는다.

     

    코드들을 넣지 않고는 방송이 될 수 없는 환경일 것이다. 하지만 박해영 작가는 그 모든 코드들을 굉장히 미묘하게 뭉개버린다.

     
     
     
     
     

    그뿐 아니라 ‘전생’에 대한 개념도 뭉개버린다.

    답답한 나머지 다시 태어나면 언니(자유롭게 사는 현아)로 태어나고 싶다는 미정.

     

    현아가 우문현답을 한다.

    "전생에 너처럼 살다가, 다시 태어나면 막살아야겠다,   지금 나고,  나처럼 살다가 아, 이것도 아닌가보다, 다시 태어나면 단정하게 살아야겠다,   지금 너야. 너나 나나 수없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왔다 갔다 했어.  이래, 순진한 척."

     

    막살든 단정하게 살든, 부자로 살든 가난하게 살든, 결국 모두 똑같다는 얘기다. ‘구원’이 없이는 아무리 많이환생을 해도 결국 똑같이 반복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의미.

     
     
     
     
     

    돌연사 코드는 어떤 식으로 다뤘는지 살펴보면,

    삼남매의 어머니가 돌연사하기 직전 이런 말을 남긴다. 예전에는 부부가 교회에 나갔지만 남편이 일요일도일해야 한다며  가게 해서 끊게 되었다는 설정이다. 어머니는 마음속에 믿음을 간직한  돌아갔고, 천국으로 갔다. 돌연사가 육신은 죽였지만 영혼은 해방되었다. 돌연사 코드가  설정 하나로 무색해졌다.

     
     
     
     

    드라마의 마지막에서 작가는 구원에 대해 말하고 있다.

     
     

    구원을 받음으로써 인생이 바뀌었다.

     
     
     

    그렇게 이미 이루어진 구원을    발, 어렵게 어렵게 이루어가야 한다.

     

    "그러므로 나의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항상 순종한 것 같이 내가 있을 때뿐 아니라 지금 내가 없을 때에도 더욱더 순종하여 두려움과 떨림으로 너희 자신의 구원을 일하여 드러내라."

    - 빌립보서 2:12 -

     
     

    그래서 그날이 오면 우리는 마침내,

     
     

    마음에 사랑밖에 없어서 느낄  사랑밖에 없게  것이다.

     

     

     

     

    출처: 스카이트리 매거진 (https://www.skytree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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