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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보가 된 현대인
    인생 이야기 2023. 1. 26. 21:17
     
     
     

    인터넷도 없고 전화도 없던 시절, 사람들은 만나서 대화를 하고 편지를 쓰고 책을 읽었다. 그러다 전화가 발명되자 사람들은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안부를 나눌 수 있게 되어서 좋았지만 언제든 통화할 수 있다는 생각과 통화료의 압박에 깊은 대화는 줄어들고 안부와 소식 위주의 짧은 대화가 늘어났다. 편지의 상당부분이 전화와 전보로 대체되었다. 긴 시간을 들여 손으로 꾹꾹 눌러쓴 여러 장짜리 두툼한 편지는 확 줄고 몇 문장짜리 소식 위주의 문답이 늘어났다.

     

     

    인터넷이 발명되자 편지는 급속히 이메일로 대체되었다. 우편은 꼭 필요한 공식 서류나 수표를 주고받는 수단이 되고 사람들간의 소통은 하루에도 몇 번씩 무료로 주고받을 수 있는 이메일의 형태로 바뀌었다. 편지지 한 장 분량을 넘는 이메일이 드물어졌다. 언제든 다시 보내면 되기 때문이다. 방금 떠오른 한 가지 생각을 즉석에서 써서 보내거나, 방금 온 누군가의 이메일에 대한 답장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마트폰 시대에 들어서자 이메일은 인스턴트 메세지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메신저나 트위터로 한두 문장짜리 소통을 하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SNS로 어떤 것을 물었을 때 거기에 대답하기 위해 하루나 이틀 생각해보는 사람은 없다. 하루나 이틀이 지나면 그 포스팅은 이미 과거로 흘러가버리거나 심지어 하루나 이틀 뒤에 반응을 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다고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현대인은 편지지 한 장 이상 되는, 몇 가지 중요한 포인트를 깊게 논하는 글을 읽거나 쓰는 일이 거의 없게 되었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이해도 몇 줄짜리 댓글의 수준을 넘지 못하게 되었다. 어떤 사건을 여러 각도에서 이해하고 그 의미를 도출해내는 일은 더이상 하지 않게 되었고, 즉각적인 느낌을 짧게 토해내고 그냥 지나치는 문화가 자리잡았다. 그렇게 ‘긴 글은 극혐합니다’는 하나의 시대정신이 되었고, 그렇게 현대인들은 스스로의 무지성을 서로 자랑하게 되었다.

     

    현대인이 옛날 사람들보다 뛰어난 점은 오직 재치있게 둘러대는 재주 하나밖에 없다. 모든 것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서로 요구하다 보니 갖게 된 능력이다. 즉각적인 반응을 더 즉각적으로 만들기 위해 온갖 줄임말까지 만들어냈다. 그런 식으로는 세상의 어떤 것도 ‘이해’할 수 없다. 그저 주워들은 단편적인 배경지식을 끌어모아 느낌적으로 반응할 뿐이다. 어떤 것을 이해했다고 하려면 입체적인 관점에서 해석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거기에 대한 자신만의 반응을 내는 것은 그렇게 이해가 선행된 이후여야 한다. 그래야 ‘지식’이 된다. 현대인은 그런 진정한 지식을 잃어버렸고 그 결과 구글 검색창보다 못한 존재가 되었다. 사람에게 물어보느니 검색창에 물어봤을 때 결과가 더 낫게 되어버린 것이다.

     

    대부분의 현대인에게 세상은 존맛탱인지 아닌지, 사이다인지 고구마인지, 존잘인지 존못인지, 힐링인지 극혐인지, 대꼴인지 노잼인지, 인싸인지 모쏠찐다인지, 금수저인지 흙수저인지, 강남인지 강북인지, 인서울인지 지잡인지, 출세인지 낙오인지로 나뉘는 천박하고 영혼없는 유물론적인 무엇이 되었다. 자기가 왜 태어났고, 왜 살고,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고민은 커녕 궁금증도 갖지 않게 되었다. 인싸가 되려면 그럴 시간이 없으니까.

     

     

    어떤 한 가지 문제에 대한 답을 며칠, 몇 주, 또는 몇 달동안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있다면 언제인가. 현존하는 최고의 지식인 중 하나로 불리는 조던 피터슨은 그의 첫번째 책인 Maps of Meaning을 쓰는 데 12년을 들였다. ‘인생의 의미’라는 한가지 주제에 대해 12년동안 생각하면서 믿기 어려울 정도의 독서와 연구를 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떤 책을 한번에 100페이지 이상 읽어본 적이 언제인가. 현대인은 대부분 한번에 두 페이지 이상 읽지 못하고 두 문단 이상 쓰지 못한다. 길게 쓰면 내용이 일관성을 잃고 산으로 간다. 한 가지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깊게 생각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니 현대인들이 두셋 이상 모여 앉으면 두 마디 대화를 나누고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는 것도 당연하다. 생각이 깊지 못하면 대화도 깊어지지 못하는 법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사람들을 똑똑하게 해주고 있다는 것은 망상에 불과하다. 아무것도 입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데 똑똑하긴 대체 누가 똑똑하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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