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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본소득은 공산주의가 아닌 자본주의의 종착역
    시사 이야기 2021. 11. 3. 23:15

    보편적 기본소득 전도사 일론 머스크

     

    민주당 대선후보 이재명이 기본소득이란 단어를 깃발처럼 들고 나오기 이전부터 자본주의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도 가장 돈이 많은 자본가중의 자본가 일론 머스크가 이미 보편적 기본소득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바 있다. 그러므로 기본소득이 사회주의자 또는 공산주의자들의 정책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스스로 우물안 개구리임을 고백하는 셈이 된다. 4차산업혁명의 기수 전기차 산업을 주도하고, 비트코인과 도지코인 같은 차세대 암호화폐의 전도사같은 존재인 일론 머스크가 사회주의자라는 건 맞지 않는 말이다. 

     

    오히려 기본소득은 인간의 합리적 이기주의에 근원을 두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의 당연한 구조적 종착역이라고 봐야 한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혹은 옳지는 않지만 걸리지도 않는 편법의 범위안에서 최대한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모든 일을 하는 자본주의 세상의 국민들은 바빠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돌아볼 여유가 없다. 그럴 시간에 한푼이라도 더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그걸 당연시하고, 돈 버느라 바쁜 사람을 우러러보는 풍조까지 있다. 여유가 별로 없는 사람이 ‘성공’을 향해 달리지 않고 남 걱정을 하면 앞에서는 추켜세워줄지 몰라도 뒤돌아서는 '실속없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승자독식 시스템이다. 한때 광풍처럼 유행했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에서 저자는 ‘부루마블’게임을 이용해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길 추천했는데, 부루마블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승자독식과 파산이다. 주사위 운이 없거나 투자를 잘못하면 반드시 파산한다. 실제 세상에서도 지능이 낮거나, 실력이 모라라거나, 운이 없거나, 몸이 아프면 금방 파산한다.

     

    자본주의는 그 이름 그대로 자본이 곧 힘인 시스템이다. 사람이 돈을 벌기도 하지만 돈이 버는 돈이 더 많은 시스템인 것이다. 그래서 파산하기는 쉽고 파산상태에서 다시 일어서기는 쉽지 않다. 부루마블 게임에서 부동산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 이미 다른 사람이 소유한 자산으로 가득한 판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런 상황에서는 월급을 왠만큼 올려받아도 상황이 좋아지기 어렵다. 움직일 때마다 돈이 나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현재 자본주의 국가들의 상황은 부루마블 게임을 오랫동안 진행해온 결과 자산이 소수의 플레이어들의 손에 모두 들어가고 다수의 사람들이 자기 집 하나 없이 파산의 경계선에서 살아가게 되어버린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공동체의 파괴와 기본소득의 관계

    산업화 사회 전까지 인류는 지역공동체 단위의 생활을 영위했다. 당연히 각 마을마다 부자도 있고 가난한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마을에서 여러 이유로 해서 생계가 어려워진 사람이 있으면 이웃들이 곡식도 빌려주고 돈도 빌려주고 품을 파는 일거리도 주는 방식으로 해서 함께 살아갔다. 처지가 비참한 마음이야 왜 없었겠냐만은 그래도 몇몇 이웃사촌을 의지해 하소연도 해가며 살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산업화가 진행되자 마을은 해체되고 메트로폴리탄 대도시가 생겨났다. 많은 젊은이들이 일거리를 찾아 도시로 떠났고 마을엔 노인들만 남게 되었다. 그래도 그때만해도 대도시에는 다들 시골에서 올라와 자리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있었다. 다들 시골에 부모님 두고 올라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린 핵가족들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아직까지 이웃사촌, 즉 마을 문화가 남아있었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알았고 서로 음식도 나눠 먹었다. (<응답하라 1998>같은 드라마를 보면 그 시대 서울의 신촌에 살던 핵가족의 삶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정보화 사회를 거치면서 우리는 닭장같은 아파트에 수용되고, 셀폰(감옥을 영어로 프리즌 셀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셀폰은 감옥 전화기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혹은 휴대폰을 하나씩 가지고 그것만 들여다보며 살게 되었다. 여럿이 모여 TV를 보는 일도 드물어졌다. 관심은 오로지 내 돈, 내 인생, 내 커리어 밖에는 없어졌다. 이런 사람들은 연인 사랑도, 가족 사랑도, 친구 사랑도 본인의 드라마같이 행복한 인생의 확인을 위해서 한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옆집, 아랫집, 윗집에 누가 살고 어떻게 사는지 아무런 관심이 없어졌다. 혼자 살던 사람이 죽으면 시체 썩는 냄새가 복도를 가득 매우고야 발견된다. 인류는 파편화되었다. 

     

    공동체가 파괴되고 파편화된 사회에서는 파산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이 의지할 곳이 없다. 마을 공동체에서 지인들이 파산한 사람에게 곡식을 주고 동냥젖을 줬다면, 현대사회에서 지인들은 파산한 지인을 끊어낸다. 낙오자는 동사무소나 가서 생활보호대상자 신청이나 하라는 것이다. 도움 안 될 거면 아까운 내 시간 뺏지 말라는 것이다. 사실 막다른 곳에 몰려 자살이나 살인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그리 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혼자라는 느낌, 사면초가라는 느낌, 나 빼고 다들 웃으며 산다는 망상, 더이상 아무런 희망도 없다는 절망이 그들을 그렇게 만든다. 파편화, 고립화된 개인은 상황이 악화되면 쉽게 ‘앙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기본소득이 자본주의의 종착역인 이유

    그렇게 앙심을 간직한 사람들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가고 있다. 이재명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경우, 원래부터 성향이 맞아서 그를 지지하는 사람도 있지만, '다같이 한번 망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조용히 이재명을 찍을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같은 익명의 공간에서만 그런 마음을 털어놓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그들을 다수결로 이긴다 해도 나아질 것이 있을까. 그들은 점점 세를 불려만 갈테고 언젠가 그들이 진짜로 다수가 되면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릴 것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정보가 많고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치 지도자들과 재벌들이 기본소득을 먼저 제안하고 나서는 것이다. 누가봐도 가장 돈을 많이 갹출해야 할 사람들이 말이다. 부루마블 게임판이 엎어지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생활비를 좀 떼어주더라도 계속해서 현재의 게임을 이어가는 것이 그들에겐 훨씬 낫기 때문이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는 성경 구절을 단편적으로 떼어다가 편리한대로 내세우는 이들은 한참을 뒤쳐져있다. 코로나바이러스 판데믹 이후 새로운 4차산업 시대의 캐치프레이즈는 ‘일자리 없는 자 일하지도 말라’이다. 그들은 기본소득이 사회주의 정책이며 근로의욕을 저하시키는 마치 공산주의와 같이 사악한 것이라고 하는데, 같은 소리를 일론 머스크 앞에서도 할 수 있을까. 아마 활짝 웃는 얼굴로 같이 사진만 찍고 오겠지. 

     

    재원에 대한 구상도 이미 예전에 마친 걸로 보인다. (기존글 ‘코로노믹스: 기본소득의 조건’ 참조) 기본소득은 대중사이에서는 토론단계지만 지배층에서는 이미 실행단계에 들어와 있다. 보수정당이라는 국민의힘 정강정책에도 기본소득이 떡하니 들어가있다. 대중을 기본소득 찬반으로 갈라치기하는 것은 그들이 항상 일하는 방식일 뿐이다. 

     

     

    유일한 대응책은 마을 공동체 회복

    매일 자살하는 40명의 이웃과, 수많은 방치된 결식아동과, 불의의 사건으로 길바닥에 나앉은 많은 사람들과, 전국 각지에서 노숙하는 어르신들과, 아르바이트 자리가 없어서 하루 한끼로 버티는 수많은 가난한 가정출신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국민이 소득의 50% 갹출해서 똑같이 나누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세금으로 내자는 것이 아니다. 국가에서 나눠주지 말고 국민들이 모두 참여하는 신탁을 만들어서 민간사업으로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사유재산제를 유지할 수 있다. 국가에서 주도하게 되면 국회의원들은 곧 국가의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은 기본소득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법을 만들어낼 것이다.

     

    근로자 평균소득이 300만원 정도고 근로자수가 1800만명 정도니까 150만원씩 걷어서 5천만명이 나눠가지면 인당 50만원이다. 2인가구는 100만원, 자녀를 4인가구는 200만원을 받는다. 그렇게 되면 혼인률과 출산률도 쭉쭉 오를 것이다. 절박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의식주 걱정을 있을 것이고, 서민층은 조금 보탬이 것이고, 중산층은 약간의 증세로 미래의 불안에 대한 보험을 드는 셈이 것이고, 상류층은 당당하게 존경을 받을 있게 것이다. 어차피 버는 사람은 나머지 50% 모아도 부자 되는 지장이 없을 아닌가. 

     

    요컨대, 유일한 대응책은 국가에서 주는 기본소득을 받지 말고 국민들이 모두 참여하는 신탁을 만들어서 자발적으로 일정 비율의 소득을 갹출해 나눠갖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그 길만이 국가 주도 보편적 기본소득제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불가능할 것이다. 아마 이대로 수많은 낙오자들의 피와 '남겨진 자들'의 탐욕 위에 '멋진 신세계'를 세우고 말테지. 인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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