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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트코인의 기원: 코인계의 서태지 사토시 나카모토
    시사 이야기 2021. 10. 28. 16:34

     

    의뭉스러운 비트코인의 출신성분(?)

    지인중에 마약으로 교도소 생활을 하고 나온 이가 있다. 나는 그로부터 2013년경 처음으로 비트코인이라는 것의 존재를 들었다. 그가 미국으로부터 마약(대마초)을 구매할 때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트코인이란 게 있다고 하면서 나한테 하나(1비트코인) 줄테니 갖겠냐고 물어봤는데 내가 싫다고 했었다. 국제 마약거래 같은 곳에나 사용되는 어둠의 도토리를 갖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 기억에 정확하진 않지만 그때 당시 1비트코인이 한화로 10만원 정도 되었던 것 같다.) 그 후로 쭉 잊고 지내다가 갑자기 비트코인이 핫한 투자자산으로 화제가 되는 것을 보고 나는 귀를 의심했었다.

     

    '유망한 차세대 투자처라고? 그 마약대금 비트코인이?'

     

    사토시라는 신원미상의 인물이 런칭한 비트코인은 십수년간 어둠의 세계에서 마약과 스너프 필름, 무기 거래 등에 활발하게 국제적으로 사용되면서 온갖 범죄자들의 필수 자산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4차산업시대 최고의 투자처로 떠오르면서 일반인들이 너도나도 '투자'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마약과 아동포르노, 불법 무기거래를 확산시켜온 일등공신 비트코인은 그렇게 촉망받는 최첨단 투자자산으로 둔갑했다. 각국 정보기관들은 비트코인을 들고 있는 사람의 대부분이 심각한 범죄자들이라는 걸 뻔히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정부 당국의 묵인하에 난립했다. 결과적으로 개당 10만원에 비트코인을 사둔 범죄자들만 모두 재벌이 되었다. 뒤늦게 탑승한 일반인들의 돈은 그렇게 어둠의 신진재벌들에게 흘러갔다. 그 과정에서 알만한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이 전부 비트코인 수백 수천개가 담긴 USB를 몰래 소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별로 놀랄 일은 없어 보인다. 

     

    블록체인 암호화폐(비트코인)의 등장

     

    흔히 알려진 바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기원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사람이 2008년 10월 '암호학적 증명수단에 근거한 지불수단'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웹상에 게재하면서 시작되었다. 블록체인 해시값 암호화 기술을 활용한 암호화폐에 대한 9장짜리 논문이었다. 논문 발표 직후인 2009년 1월 사토시는 비트코인을 사용해서 거래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출시하고 같은해 10월 거래소를 설립한다.

     

     

    사토시와 서태지

    비트코인의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를 생각하면 서태지가 떠오른다. 둘 사이에 공통점이 많아서 그런가보다. 우선 둘다 본명이 아닌 닉네임이다. 서태지의 본명은 정현철이고 사토시의 본명은 아무도 모른다. 그가 인터넷에 사토시 나카모토란 닉네임으로 논문을 게재하는 것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두번째로, 신비주의라는 측면에서 둘은 많이 닮아있다. 서태지는 음악프로그램 외에 텔레비전 출연을 거의 하지 않는 신비주의 마케팅 전략으로 대중심리를 자극함으로써 본인의 인기를 마치 일본의 거품경제마냥 부풀렸다. 그런데 사토시의 신비주의 전략은 그보다 몇 술은 더 뜬다. 아무도 그의 얼굴을 아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확인이 안 된다. 그가 실존인물이 아니라는 소문이 퍼지자 얼마 전에 죽었다는 말이 어딘가에서 나오고 있다.

     

    세번째로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표절 대통령'이다. 서태지는 인터넷이 없던 시절 국내에서 해외 최신 음악을 접하기 힘들다는 점(정보 비대칭)을 잘 이용해서 세계 각국의 뮤지션들의 곡을 샘플링하듯 짜깁기해서 작곡(?)을 했다. 그리고는 그럴듯한 가사와 곡 설명을 붙여 마치 기존에 없던 혁명적인 음악을 하는 천재음악가의 대명사인 것처럼 자리매김했다. 그가 처음부터 모든 것을 계획했는지 아니면 말이 많아지면 들킬까봐 신비주의로 가다보니 대중이 과대망상적인 해몽을 덧붙여 그리 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서태지와 이름도 비슷한 사토시의 비트코인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90년대부터 이미 여러 디지털 화폐가 개발되었고 실제로 시장에서 잠시동안이지만 사용되기도 했었다. Digicash, Beenz, HashCash, Flooz 등이 그 예인데 이름에서 보듯이 해쉬값을 활용하는 아이디어도 사토시가 처음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사토시의 비트코인보다 싸이월드의 도토리가 더 앞서갔다는 생각이다. 이미 그 시절에 디지털 음원은 물론 요즘 떠오르는(혹은 특정 세력이 밀고 있는) 메타버스의 아바타 옷과 집, 인테리어 소품 같은 걸 엄청나게 팔아치웠던 바 있다.

     

    요약하자면 사토시는 마치 서태지처럼 기존에 있던 것들을 잘 짜깁기해서 블록체인이란 섹시한 이름과 '탈중앙화'라는 정의로워보이는 의미를 붙인 일 외에는 딱히 선구자적인 면도, 혁명가적인 면도 없는 인물이다. 어디까지나 그가 허수아비가 아닌 실제 존재하는 인물이라면 말이지만. 어쨌든 사토시는 잘 정리된(짜깁기한) 이론으로 논문을 먼저 게재하고, 거래소를 세우고, 비트코인 활성화를 위한 움직임을 매우 체계적으로 진행한다. 일개 개인의 입장에서 모든 위험을 감수해가며, 마치 비트코인의 성공을 알고있기라도 했다는 듯이.

     

     

    대중을 움직이는 건 언제나 도박과 섹스

    신개념 미래형 투자처라면서 비트코인은 물론 리플, 이더리움, 심지어 코인 위에 개 그림으로 대표되는 도지코인까지 띄워주는 뉴스가 전세계 언론에서 쏟아지고, 순식간에 수백억대 부자가 된 20대 청년들의 성공담(?)을 자세히 보도한다. 그 다음날은 또 비트코인 투자 실패로 인한 자살, 마약 거래에 사용되는 사례 등 어두운 실상을 보도한다. 동시에 집값은 자고일어나면 1억씩 오르고, 코로나 바이러스 판데믹으로 일자리는 급격히 줄어든다. 마지막 남은 희망은 코인으로 돈 벌어서 집 사는 거라고 아예 대놓고 광고를 하는 꼴이다. 기대감과 좌절 사이에서 들었다 놨다 세련된 미디어와 정치권의 선동기법에 정신이 혼미해진 대중은 마치 좀비처럼 주머니를 탈탈 털어 코인 거래소로 향한다. 마치 영화에서 파산한 주인공이 마지막 남은 돈을 손에 쥐고 카지노로 향하는 장면을 보는듯하다.

     

    그렇게 코인판에 참여한 대중의 80%가 깡통을 차는 동안, 전세계 소위 암호화폐 거래량은 엄청난 규모로 성장하고, 남녀노소 코인지갑 하나 없는 사람이 드물게 된다. 마침내 사토시의 꿈인 비트코인의 대중화가 성공한 것이다. 사람들이 '블록체인'의 안전함과 '탈중앙화'의 의미가 좋아서 참여했냐고? 응, 그런 사람 없다. 그냥 남들이 돈 벌었다니까 나도 돈 벌고싶어서 참여한 투전판일 뿐이었다. 슬롯머신, 빠친코, 룰렐, 그런 거. 카지노 가는 사람은 도박꾼이라고 부르고 코인 사는 사람들은 투자자라고 부르는 건 부적절하다.

     

    사토시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까? 자신이 개발한 비트코인이 일단 어둠의 세계에서 사용하는 달러로 자리잡은 뒤 도박의 형태로 일반인들에게 널리 퍼져나갈 거라는 걸. 이제 도박의 매혹으로 대중을 잔뜩 끌어모은 비트코인의 다음 목표는 무엇이고 최종 목적지는 어디일까?

     

    To be continued.

     

    이어지는 글:
    비트코인(암호화폐)의 대중화와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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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노믹스: 기본소득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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