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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학개론: 김대중식 찻잔속 태풍 전략
    시사 이야기 2021. 9. 7. 17:58

    김대중, 찻잔, 서태지

     

    악마는 전면전을 벌이지 않는다. 세상의 전면전들은 연극이고, 리추얼이고, 셀러브레이션에 불과하다. 악마는 언제나 친구처럼, 형제처럼 다가와 마음을 얻은 뒤 방심할 때를 노려 절벽 아래로 밀어버린다. 떨어진 사람은 누가 밀었는지조차 모른다. 따라서 악마의 주업은 ‘마음을 얻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대중들은 아직도 잘 모른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이 사실은 우파였다는 것과, 김영삼, 이명박이 좌파였다는 것을. 역사를 조금만 반추해봐도 알 수 있지만 언론에 시선이 빼앗기면 쉽지 않다.

     

     

    우리 역사에서 미국 및 글로벌 금융세력과 가장 친했던 인물은 김대중이다. 론스타, 조지 소로스, 마이클 잭슨 등과 어울리면서 대한민국의 대기업과 은행 지분을 싸그리 헐값에 넘긴 장본인이다. 글로벌 헤지펀드 역사에 분명한 한 획을 그은 인물이며, 어쩌면 영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보다 돈냄새나는 인생을 살았던 사람이다. 게다가 길거리에서 대학생들에게 마구 신용카드를 발급해줘서 수많은 여대생들이 몸을 팔아 큰 돈을 벌도록 해준 공으로 노벨 평화상도 수상했다. 만약 보수정당 대통령이 국내은행들을 해외에 팔아먹었다면 그의 이름은 이완용과 나란히 현수막에 걸리고 세월호처럼 1년에 한번씩 영원히 기억되었을 것이다. 김대중에게 호가 있다면 ‘헤지’ 김대중이 딱 알맞다. 그가 ‘분배’와 ‘정의’를 강조하는 좌파라고 할 수 있는가.

     

     

    미국과 두 번째로 친했던 인물은 노무현이다. 그가 아니었다면 미군은 우리 나라에 세계 최대규모의 미군기지를 가질 수 없었다. 한미FTA도 바보 노짱이 농민들을 사정없이 곤봉으로 패서 관철시킬 수 있었다. 만약에 그런 일들을 이명박근혜가 했다면 아마 백남* 외 5인의 시체가 광화문에 전시되고 나라에 내전이 발발했을 것이다. 언론에서는 아들 부시 대통령이 노무현을 두고 미친사람이라고 욕을 했다는 둥 온갖 연막을 쳤지만 사실 그는 부시의 둘도 없는 친구였고, 몇 해 전 부시가 노무현의 초상화를 들고 한국을 방문함으로써 증명되었다.

     

     

    이명박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글로벌리스트/좌파적인 대통령이었다. 임기내내 ‘녹색’, ‘그린’ 같은 단어를 입에 달고 살았으며 송도에 무슨 ‘글로벌 녹색 탄소 어쩌구 센터’라는 국제기구를 유치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전기요금 정상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산업용 전기요금을 확 올려버리는 바람에 대한민국은 더이상 방직공장같은 설비형 공장을 돌릴 수 없는 나라가 되어버렸다. 수많은 중소기업 공장들이 이명박때 망해나갔다. 특히 대구, 경북지역 공장들이 많이 폐업했다. 중소제조기업들의 목을 쳐서 그 피로 공기업을 정상화한 뒤 ‘녹색 성장’을 외치던 그는 빌 게이츠나 알 고어도 울고갈 ‘진보’ 대통령이었다.

     

     

    문재인은 더 가관이다. F35와 아파치 헬리콥터 등 미국산 무기를 엄청나게 구매했다. 리베이트만 해도 대단한 금액일 것이다. 중단 상태로 답보중이던 성주 사드기지 건설을 강제 진행해버린 것도 문재인이다. 소리소문 없이 좌파 시위대를 밀어버리고 완수했다. 중거리 미사일 사거리도 늘리고, 핵잠수함과 핵항모도 건조중이다. 육군 전력은 절감하고 공군/해군 전력은 강화함으로써 미국을 위해 중국과 일본을 견제할 수 있는 군대를 만들었다. 한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탈원전’은 모쥴형 최신 원자로 시장 주도권을 미국으로 넘기기 위한 쇼였고, 이제 다 넘어갔으니 원전은 정상화의 길을 갈 것이다. 문재인은 앞에서는 친중이지만, 뒤에서는 그야말로 미국을 위해 대통령이 된 것 같은 사람이다. 중국에서 혼밥을 하고 얻어터지고 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쯤 되면 패턴이 보여야 한다. 자잘한 국내 이슈에 대해서 그들은 역할대로 좌파/우파의 캐릭터를 소화하지만, 정작 국제적이고 굵직한 어젠다의 경우에는 진영을 뒤바꿔서 어젠다를 실행한다. 반발 여론에 모멘텀을 주지 않고 찻잔속에서 소멸시키기 위해서다.

     

     

    문재인에게 뒤통수를 맞은 노조의 발작은 힘없이 허물어진다. 전면전으로 발화되지 못하고 ‘내부총질’로 끝이 난다. 문재인에게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달빛 전사들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이명박에게 뒤통수를 맞은 재계도 마찬가지였다. 노무현때가 기업하기 좋았다는 말까지 나왔지만 그뿐이었다. 그렇다고 좌파를 밀어줄 수는 없지 않느냐는 딜레마에 빠져 불만의 목소리들은 소멸되었다.

     

     

    이것이 좌파, 우파의 존재 목적이다. 중요한 어젠다, 큰 반발이 예상되는 어젠다는 언제나 전면전이 아닌 뒤통수로 실행한다. 믿는 사람 뒤에서 칼질하는 것이 가장 쉽기 때문이다. 배신당한 사람들의 절규는 내부갈등으로 프레임씌워 찻잔속 태풍으로 소멸시킨다. 절대로 중요한 이슈가 전면전의 모멘텀을 얻지 못하도록 한다. 언론의 협조는 기본옵션이다. 이 시스템이 작동하는 한 정치권력은 국민들의 목구멍에 어떤 것이든 쑤셔넣을 수 있다. 흰색 고무신까지도.

     

     

    같은 원리로, 이재명이 광고중인 ‘기본소득제’나 ‘토지공개념제’ 등은 보수 대통령에 의해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 어젠다에 주로 반대할만한 국민들이 우파성향일 것이기 때문이다. 우파 정치인들이 우파 국민들의 뒤통수를 쳐줘야 큰 무리없이 진행될 수 있다. 거기다 최근 국제적인 어젠다의 방점이 기후변화(9라)와 ESG에 찍혀있으므로 더더욱 다음 대통령은 보수성향을 띌 가능성이 높다고 짐작이 가능하다.

     

     

    애초에 그런 이유로 윤석열을 낙점해서 문재인과 싸우는 것처럼 꾸몄을 수 있다. 때맞춰 진중권이 갑자기 보수의 입이 되었고 좌파 의원들의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오세훈을 당선시켜 우파성향 국민들이 다시 정치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했다. 여직원에게 ‘냄새 맡고 싶다’고 했다가 죽어버린 박원순을 기린답시고 임종석은 ‘박원순의 향기’를 논했다. 오세훈을 도운 것이다. 그와중에 참여연대 민변 출신 강용석은 ‘뮤지컬 박정희’를 공연중이라고 한다.

     

     

    모든 것이 쇼다. 정치싸움은 이권을 놓고 벌이는 한판 연기대결이다. 슈퍼스타K나 프로듀스101 같은 것이다. 진짜 싸움은 그들이 맡은바 역할대로 연기해서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 단계에서 이미 끝나있다. 그들에게 마음을 준 사람은 결국 절벽에서 떨어져 뒤통수에서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자신을 절벽에서 밀어버린 사람을 계속 지지하게 된다. 누가 밀었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마음을 지켜야 할 때다. 진보니 보수니 하는 것들이 애초부터 사기니까 정치에 관심을 끄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한다. 좋던 싫던 어차피 나라의 살림을 맡아 주무르는 게 그들인데 누구 좋으라고 감시를 소홀이 하겠는가. 앞에서 싸우면서 뒤로는 짬짜미를 해먹는 그들이 어떻게 국민을 우롱하는지, 어떤 어젠다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관조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지켜보되 가장 믿음이 가는 사람의 뒤통수를 예상하는 것이 관전 포인트다. 그런 후에는 정치계뿐 아니라 세상 모든 분야가 똑같이 돌아간다는 가설을 검증해봐야 한다. 위로 갈수록 모두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세상을 점령한 악의 행태로부터 세속적인 것들의 추구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배우면 비로소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한 나침반을 손에 얻게 될테니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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