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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유리와 언론이 안내하는 ‘멋진 신세계’
    시사 이야기 2021. 8. 12. 03:25

    비혼모에서 인공자궁을 넘어 아기공장까지

     

     

     

     

    어떤 영혼을 가진 사람의 정자인지는 모른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소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인지 개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인지, 조던 피터슨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마르크스를 좋아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카이스트 이병태를 좋아하는 사람인지 전혀  수가 없다. 지능이 높은 편이고 건강하고 키가  ‘투플러스 등급이라는 것만 안다. 사랑하는 남녀가 만나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따위는 없었으며, 이름 모를 남자가 어찌어찌 배출한 정자가 냉동 피자처럼 있다가 해동되어 비혼모의 난자와 만나 아이가 생겨났다. 

     

     

     

    사유리라는 텔레비전을 통해 대중에게 친숙한 사람이 결혼하고픈 남자는 만나기 힘들고 시간은 촉박한데 아이는 갖고 싶었다며 일부터 저질러놓고 사정을 호소한다. 소식을 전하는 아나운서들의 어조는 이제 한국도 비혼모를 인정하고 응원해 줄 때가 되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마치 그네들의 회사 사장들끼리 비밀리에 모여 보도지침을 합의라도 한 듯 한결같은 목소리를 낸다.

     

     

     

    나중에 아이가 자라서, 술주정뱅이 못난 인간이라도 좋으니 아비가 누군지만 알려달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는 아무도 고민하지 않는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심정 따위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라는듯이.  

     

     

     

    머지않아 체외수정 단계부터 출산 단계까지 모두 체외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인공자궁(인큐베이터)이 개발될 것이다. (이미 개발은 끝났는데 국민의 정서를 준비시키는 작업이 덜 끝나 비밀에 부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공자궁의 개발 소식에 비혼모들은 뭐라고 말할까. 아이의 아버지가 누군지는 몰라도 내 배 아파 낳는 과정만은 꼭 거치고 싶다고 말할까, 아니면 건강이나 몸매를 이유로 체외 출산을 선택할 권리를 달라고 할까.

     

     

     

    인공자궁에 의한 여성의 체외 출산이 허용되는 단계에 이르면 마침내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가 실현된다고 볼 수 있다. 헉슬리의 소설속 세상에서는 더이상 성인남녀가 만나 아이를 낳지 않는다. 아이들은 미리 정해진 신분과 직업에 알맞게 유전자를 조작해 인공자궁이 끝없이 펼쳐진 해처리(아기공장)에서 생산되고 국가에 의해 길러진다. 마침내 출산기피현상으로 생긴 ‘인구절벽’을 현대과학의 힘으로 멋지게 해결한 그야말로 멋진 신세계다. 

     

     

     

    아버지가 누군지 몰라도 되는 것이라면 어머니가 누구인지 반드시 알아야 할 필요가 뭐란 말인가. 남녀가 평등해야 한다지 않던가. 출산 기피현상이 심해 이대로 가면 나라가 없어지고 만다는 소식이 연일 티비 뉴스를 장식하고 나면 여론은 둘로 나뉠 것이다. 처음에는 국민의 30% 정도만이 국가에 의한 인구(인간) 생산을 찬성하겠지만, 유아살인이나 아동학대 따위는 하지 않는 정부시설이 일반 가정보다 안전할 수도 있다는 논조가 등장하면서 60% 찬성으로 여론이 바뀔 것이다. 누가 설문에 대답했는지는 중요치 않다. 모든 티비 채널과 포털의 뉴스에서 그렇게 말한다면 그게 곧 진실이다. 오히려 진정으로 아이를 위한다면 국가에서 아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것이다.    

     

     

     

    현재와 ‘멋진 신세계’ 사이에 남아 있는 장벽은 국민의 저항뿐이다. 그리고 그 저항을 뚫기위한 첫 걸음이 비혼모의 인공수정 허용이다. 아버지가 없어도 되느냐의 인간 본질에 대한 철학적 판단이자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연예인과 언론을 이용한 감성팔이 선전선동을 이용해 우격다짐으로 국민들의 머릿속에 쑤셔넣고 있다. 

     

     

     

    광장의 자유는 바이러스가 가져가고, 온라인 광장의 자유는 빅테크가 가져간 상황을 틈타 본질적인 것들이 참 많이도 개벽하는 요즘이다. 동의도 없이 인생 약관을 매일 수정당하는 기분이다. 하지만 세상의 흐름을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사유리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반대한다는 의견을 온오프라인으로 분명히 표명해두면, 적어도 입마개 찬 개처럼 말없이 모든 것에 순응하지는 않았다는 사실만은 마음속에 간직하고 살아갈 수 있다. 세상이 모두 회색빛이 되어도 가슴속 양심만은 어떤 경우에도 빛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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