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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노믹스: 기본소득의 조건
    시사 이야기 2021. 8. 10. 11:36

    KBS 신년 특집 다큐멘터리

     

     

     

    KBS에서는 신년특집으로 무려 3편에 걸쳐 ‘코로노믹스-팬데믹 너머 새로운 질서를 꿈꾸다’라는 제목의 다큐를 방송했었다. 내용은 ‘전세계적 락다운’으로 시작해서 ‘빈부격차의 심각성’을 거쳐 ‘기본소득’으로 끝났다. 이 시국에 해외 로케까지 여러곳 진행한 게 참 거창하고 대단하다는 느낌이었다. 

     

     

     

    글로벌 락다운으로 인해 하위계층부터 거리로 대거 밀려나고 있으며 그로인해 빈부격차가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심지어 저소득층일수록 코로나 감염률이 높았다고. 하지만 마침 몇 년 전부터 독일, 스웨덴 등의 국가에서 몇 년 실험해본 기본소득제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 신문기사에서 독일의 기본소득제 실험 기사를 접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실험이 끝날때쯤 판데믹이 발생한 것이다. 기가막힌 우연이다. 

     

     

     

     

    우연은 거기서 끝이 아니다. 락다운의 시행으로 동네의 작은 가게들은 전부 망해가고 있지만 월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필수시설’로 지정되어 매출이 급증했으며 아마존같은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이익도 폭증했다. 그러자 BLM 운동가들은 인권운동을 제쳐두고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를 과세하라며 시위에 들어갔다. 이에 발맞춰 뉴욕의 국회의원은 부자들의 세금을 최대 70%까지 걷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우연이지만 이들의 손발이 짜여진듯 잘 맞아 마치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기술 시퀀스를 보는 듯하다. 

     

     

     

    이 시퀀스가 현란해 보이는 이유는 이렇게 되면 그동안 기본소득제 반대의 주된 근거이던 재원문제가 기적적으로(?) 해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1조 매출을 올리던 회사가 매출이 2조로 늘었다면 세금(세율)을 두배로 내게 되어도 이익은 기존보다 늘어난다. 게다가 경쟁이 사라지니 향후 마진을 높이기도 쉽고, 무엇보다 기본소득제가 시행되면 사람을 해고하기 쉬워진다. 마음놓고 자동화를 진행할 수 있게되어 인건비가 대폭 줄어드는 것이다.

     

     

     

    감이   잡힌다면 이렇게 이해하면 쉽다. 기존에 100개의 업체가 10 시장을 나눠먹으며 30% 법인세를 낸다고 가정하면  시장에서 거둘  있는 세금은 최대 3조다. 그러던 것을 90개의 업체를 파산시키고 10개의 업체가 10조를  먹는 구조로 바꾸면 살아남은 10개의 업체는 세금을 이익의 70% 내더라도 기존보다 부자가 된다. 그리고 정부가 가져갈  있는 최대 세수액은 기존의 3조에서 7조로 늘어난다. 업체의 줄도산이 세입의 극적인 증가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탈락한 90 업체의 임직원들은 기본소득을 받고 살아가면 된다.

     

     

     

    개인 단위로 보면, 가령 월급 800만원 미만 근로자의 80%를 해고하고 로봇(AI)으로 대체한 뒤 월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제공한다면 GDP는 같게 유지되고 인건비 절약분을 정부와 기업이 나눠갖게 된다. 800만원 벌던 사람은 졸지에 100만원으로 살아가야 해서 불만이겠지만 100만원도 벌지 못하던 실업자나 취약계층은 오히려 살 길이 열리게 된다. 대량실업을 유도해서 빈부격차를 해결하는 기적의 솔루션인 셈이다. 모자란 부분은 부가가치세나 유류세 등 기타 세금을 올려서 충당하면 된다. 공짜밥 먹는 국민들이 조세저항을 한다는 것은 명분이 서지 않는다. 이와 같은 일은 코로나를 명분으로 한 사회적 통제로 인해 무인점포가 급격히 확산되는 것을 볼때 생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중이다. 

     

     

     

    기본소득으로 국민들에게 뿌려진 돈은 어차피 기업이나 국가가 모두 수거한다. 주택임대사업도 대기업과 국가가 주도해서 안락한 보금자리를 공급할테니 굳이 내집마련을 위한 저축따위는 필요없다. 일부 국민은 근로의지를 잃고 놀고먹게 되고 일부는 기본소득을 발판으로 보다 의미있는 일들을 시도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기본소득이 근로의지를 저하하는지 높이는지에 대한 토론은 결론이 없다. 분명한 것은 판데믹으로 거리에 나앉은 국민들이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게 될 거란 사실이다. 그러므로 기본소득제를 반대하기엔 늦었다. 눈을 뜨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다, 라는 상황이다. 그러니 ‘시장’이니 ‘자유’니 ‘보수’니 하는 구호는 이제 버릴 때도 되었다. 내 시장, 내 자유 지키자고 길거리에 나앉은 사람들 죽게 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그렇다고 내 시장에서 내 자유대로 번 돈 자발적으로 갹출할 의향도 없지 않나. 

     

     

     

     

    기본소득제의 문제는 변해버릴 사회, 경제구조에 있다. 이제 몇 년 안으로 모든 사람이 ‘안전한 블록체인’에 기반한 ‘온라인 세상’에 들어가 생활하게 될 것이다. 비트코인을 광고하던 언론은 벌써부터 메타버스를 광고하고 있다. 여가도, 여행도 가상현실에서 즐기게 될 것이다. 빅텍기업과 정부는 국민들의 심박수와 체온, 혈당까지 친절하게 24시간 모니터링하며 국민건강을 돌볼 것이다. 방문하고 돈 쓰는 장소는 물론, 집에서 누구와, 몇 명이서, 무얼 하는지까지 파악이 될 것이다. 물론 감시의 목적은 전혀 아니고 또다른 판데믹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어디까지나 명목상은 공공의 건강을 위한 일이다.   

     

     

     

    우리는 이제 얼마후면 ‘안락한 수용소’같은 세상에서 ‘비밀없는 명랑한 인생’을 살아가게 될지 모른다. 대세는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변화의 속도와 구체적인 모양은 어느정도 달라질 수 있다. 조금이라도 덜 나쁘게 만들 수 있는 약간의 여지가 있다. 그리고 그건 각각 일하는 분야도, 사는곳도 다른 우리들 각자의 어깨에 달렸다. 바이러스 확산의 주범으로 몰릴 수 있는 대규모 시위같은 것은 이제 옵션이 아니다. 혁명이니 뭐니 해서 대규모 시위를 하면 오히려 헝거게임의 실사판을 찍게 될 가능성만 커진다. 

     

     

     

    솔제니친의 ‘수용소군도’에 나오는 내용 중에서 잘 알려진 것 중의 하나는 ‘수용소에 들어가고 나서야 인간의 진짜 모습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자유를 잃어버린 것에 자포자기해서 짐승같이 변해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상황에 처하든 진실만을 말하고 양심에 어긋나는 짓에는 전혀 가담하지 않는 ‘존경할만한’사람도 있었다고. 충격적이게도, 수감자의 신분이었다가 간수로 뽑힌 사람들이 수감자들에게 공산당보다 훨씬 혹독한 일들을 저지르곤 했다.

     

     

     

    사실 나치독일도, 소비에트도, 북한도, 히틀러나 레닌이나 김일성의 힘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다. 욕심을 채우고자, 또는 폭력과 협박에 못이겨 ‘양심을 버리고 옳지 않은 일에 가담했던 보통사람들’로 인해서 그 모든 역사는 이루어졌다. 

     

     

     

    정부나 기업, 정당들이 파충류의 블루블러드를 가진 악당들로 가득차있거나 한 게 아니다. 다 사람 사는 곳이며 우리같은 보통사람들이 없는 곳은 없다. 양심을 팔아먹은 사람은 어디에 있든 세상을 그의 존재감만큼 어둡게할 것이고, 양심을 끝까지 지키는 사람은 한 사람의 몫만큼 세상을 밝히게 될 뿐이다. 그렇게 하늘의 별만큼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만들어가는 것이 역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너 아니어도 할 사람은 많아, 라는 말에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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