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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탄핵으로 보는 정치학 개론: 가위(Scissor) 전략
    시사 이야기 2022. 1. 31. 22:06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더니 게임의 룰을 어겼다. 싸울때 싸우더라도 상호간에 지켜야 할 마지노선을 무시하고 진짜로 ‘정의로운 일’을 하려 든 것이었다. 여야 할 것 없이 모두가 엮여있는 엘시티 수사를 지시하고, 독자적으로 참수부대를 만들고, 각종 규제를 진짜로 철폐해서 공무원의 권력을 축소하려 들었다. 말로만 해야 하는데 진짜로 하다니, 배신자 탄생이었다.
     
    그 결과, 종신형을 받아도 금새 석방되던 전례를 깨고 재판도 하기 전에 구속되어 5년째 복역중이다. 주기적으로 강남 성모병원에 치료목적으로 방문한다지만 치료를 하는지 전기고문을 하는지 누가 알겠는가. ‘오토 웜비어’같은 상태로 풀려나지 않으면 다행이다.
     
    배신자 박근혜를 제거하기 위해, 평소에 검투사 싸움을 벌여 국민들에게 오락거리를 제공하던 정치, 경제, 언론 권력이 하나로 뭉쳤다. 알려진대로, 조중동이 포문을 열었고 박근혜 및 그의 수족을 모두 잡아넣는 역할은 윤석*이 맡았다. 공범의식으로 똘똘뭉친 거대한 기득권에게 대통령과 그 수족들 제거하는 일따위 아무것도 아니었다. 국민들은 조중동의 ‘분노하라’는 오더를 받들어 좀비처럼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검찰과 법원과 헌재는 일사천리로 실무를 처리했다. 여기까지가 표면적으로 드러난 일들이다. 하지만 이것으론 일의 마무리가 되지 않는다.
     
    기득권들은 국민들의 심리를 꿰고 있다. 따라서 언론이 광화문에 벌여놓은 굿판에 정신을 빼앗겼던 국민의 일부가 곧 정신을 차리고 저항해올 것이란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잠재적 위험요소인 시민 저항세력을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저항세력을 관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언제나 ‘스스로 저항세력을 이끄는 것’이다.
     
    광장의 저항세력은 전광*, 조원*이 이끌었고, 온라인상의 저항세력은 미리 유튜브에 진을 치고 있던 정규*, 조갑*, 변희*, 황장*, 뱅* 등이 흡수했다. 그들이 박근혜의 억울함을 외치자 시민들은 양떼처럼 그들을 따라나섰고, 레밍떼처럼 내달렸다. 조원* , 정규*, 조갑*, 변희*, 강용*, 김세*, 전광* 등은 한편으로는 저항세력의 분노를 자극하면서, 한편으로는 ‘졌잘싸’ 즉 졌지만 잘 싸웠다, 최선을 다했지만 힘에 부쳤다, 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3년 후 힘이 소진되고, 돈만 뜯기고, 실망과 좌절을 떠안은 저항세력은 스스로 괴멸되거나 자중지란을 일으켰다. 사기탄핵 플랜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정치, 경제, 언론의 트로이카 기득권들은 항상 이렇게 정반합 방식으로 작업을 한다. ‘정’ 세력과 ‘반’ 세력을 모두 컨트롤해서 원하는 ‘합’을 이끌어내는 것이 포인트다. 이것을 다른 말로 ‘가위전략’이라고 부른다.
     
    가위의 칼날은 두 개다. 날카로운 칼날이 서로를 죽일듯이 달려들지만 결코 서로를 베는 일은 없다. 잘려나가는 것은 두 개의 칼날 사이에 끼인 것들 뿐이다. 그리고 가위의 손잡이를 잡은 손은 언제나 하나다.
     
    지금 언론이라는 콜로세움에서 벌어지는 추미*와 윤석*, 두 글래디에이터의 싸움도 같은 현상이다. 그 둘은 한 가위의 두 날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가위의 날이 마주칠때마다 윤석열의 지지율이 오르는 것이다. 언론은 카메라의 앵글을 가위의 칼날에만 집중시킨다. 그렇게 가위의 손잡이를 잡은 손의 주인이 절대로 드러나지 않도록 대중의 혼을 쏙 빼놓는다.
     
    단기적으로는 검투사 싸움에서 패한 쪽이 큰 손해를 보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곧 죽을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대중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 검투사 싸움을 한 보상을 조용히 받는다. 군중의 기억력은 1년이 채 되지 않는다.
     
    트럼*와 딥스테이트의 싸움도 별반 다를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폭스 뉴스의 간판 앵커들이 하나같이 트럼*의 편인 것을 보면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 그저 잘 짜인 글래디에이터 놀음에 지나지 않는다. 트럼프의 올해 가장 큰 업적은 Operation Warp Speed로 백신을 개발해서 군대를 동원해 보급하는 일이었다. 예수가 못박힌 날인 Good Friday에 코로나 비상사태를 선언한 일이다. 
     
    검투사 놀음에 주의를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언제나 나와 내 주위의 영혼들의 안녕이다. 검투사 싸움에서 어느 편이 이기냐 하는 것은 우리네 삶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깨어있으며, 스스로 생각하고, 폭력을 미워하고, 거짓말을 혐오하고, 이웃을 제 몸처럼 챙기는 사람들로 사회가 꽉차면 언론의 검투사 싸움 생중계는 힘을 잃는다.
     
    이제 곧 ‘반문’을 테마로 국민들을 데리고 한바탕 굿판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제 모든 굿판에서 벗어나야 한다. 문제는 문재*이 아니다. 문제는 바로 당신이다. 바로 나다.
     
    한 마을 안에 소외된 소수가 생겨나면, 그들은 몸을 웅크리고 숨어있다가 반드시 복수극을 펼쳐 마을을 파괴하고, 자기 자신도 파멸한다. 예를 들어, 특정지역을 조선시대때부터 지금까지 업신여긴 결과 특정지역 출신들이 문자 그대로 나라를 지배하는 상황이 되었다. 향우회를 조직해 조직적으로 법률가나 정치인 등을 양성했다. 자기들끼리도 전라도 출신을 가장 믿지 못하는 와중에 악착같이도 서로를 챙겼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군림해서 달콤한 인생을 맛보고 있다. 지옥의 애피타이저는 언제나 달콤하다.
     
    업신여김에 대한 반감을 가진 사람은 힘(권력)과 돈을 신으로 섬기게 된다. 그것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여긴다. 그렇게 그들은 영혼을 잃은 유물론자가 되어간다. 결국 피바다를 몰고 온다. 슬픈 일이다.
     
    그리고 이 모든 일에 대한 책임에서 우리들 중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마음속으로 ‘내가 그래도 쟤보단 낫지’라고 한번이라도 생각했던 모든 사람은 유죄다. 그런 시각으로 되돌아봐야 다시 그들과 내가 ‘동등한 인간’이 되고, 그래야만 화해와 공존이 가능해진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은 언론의 미끼를 물고 가위의 양날 한가운데로 걸어들어가 잘리고 만다. 가위를 쥔 손의 주인은 피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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