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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룩 업(Don't Look Up)? JUST LOOK UP!
    문화 이야기 2021. 12. 27. 03:42

    영화 '돈 룩 업'

     

    전세계 대중에 대한 헐리우드의 유쾌한 조롱이 펼쳐진다

     

    종말을 본 선지자가 진실을 얘기해줘도 대중은 믿지 않는다. 기분이 다운된다는 이유로, 혹은 멋진 아파트와 맛있는 음식 등에 대한 애착을 이유로. 대통령이 사실은 최고 권력자가 아니라 뒤에서 돈을 대는 사람들의 부하라는 사실도, 우주로 멋지게 발사하는 우주선들이 사실은 우주로 나가지 않고 낙하산을 펴고 바다로 떨어진다는 사실도, 핸드폰이 유저의 뇌파를 읽는다는 사실도, 테크 컴퍼니가 유저의 모든 인생을 기록중이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래까지 내다보고 있다는 사실도, 억만장자의 소아성애 성향도 모두 조롱하듯 관객의 얼굴에다 대고 문지른다. 당연히 대중들은 그저 재미있는 설정들로 여기고 꺄르르 웃는다. 자신들에 대한 조롱을 재미지게 웃어넘기는 대중을 보면서 헐리우드 사람들은 얼마나 배꼽 잡고 웃어댈지 생각만 해도 유쾌해지는 기분이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 올해들어 몇몇 사람들이 해, 달, 별이 점점 밝아지고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달이 태양빛을 반사하는 게 아니라 전구처럼 스스로 발광을 하고 있다고, 별도 엄청 크고 밝게 깜빡이고, 해도 훨씬 밝아졌다고, 눈이 있으면 좀 올려다 보라고. Just look up! 하라고. 하지만 역시 대다수의 대중은 절대로 올려다보지 않는다. 별마다 수백수천 ‘광년’에서 수억 광년까지 저마다 각기 다른 엄청나게 먼 거리에 있는데 그런 별들이 동시에 밝아지고 가까워진다는 게 말이나 되냐면서. 달이 밝아봐야 반사판이지 볼 게 뭐 있겠냐면서. 해야 원래 눈부시게 밝았지 않냐면서. 사실 다 핑계고 뉴스에서 올려다 보라고 하지 않아서 안 올려다 볼 뿐이다. 그런 게 대중이다. 헐리우드의 '공식 조롱감' 답다. 그저 판데믹이 있다면 있는 줄 알고, 백신이 좋다면 좋은 줄 알고, 농담인척하면 농담인 줄 안다. 스스로 생각할 생각은 죽어도 하지 않는다. 좀룩업!

     

    영화에서 가장 해학적인 포인트는 사람들이 지구의 종말까지도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한다는 부분이다. 대중에 대한 풍자이자 조롱이다. 종말을 예고한 박사가 핫한 대중스타가 되어 잡지 커버에 등장하고, 종말을 주제로 하는 ‘팝콘무비’가 제작된다. 한 술 더 떠서 사업가들은 종말을 이용해 돈 벌 궁리를 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살아남기만 하면 대박’인 것이다. 모든 것은 엔터테인먼트여야 하고 나쁜 일은 나만 아니면 되는 세상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영화에서 여러 번 언급되는 ‘미디어 트레이닝’은 카메라 앞에 서는 사람이 ‘모든 것은 엔터테인먼트여야 하고 나쁜 일은 나만 아니면 된다’는 철학에 맞게 행동하는 훈련임을 ‘데일리 립’ 진행자들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이처럼 헐리우드는 대중들을 바보로 세뇌시킨 뒤 바보가 된 대중을 철저하게 조롱하고 있다. 

     

     

     

    거짓으로 시작해서 진실로 조롱하다가 거짓말로 마치는 영화 

     

    이 영화는 혜성이 6개월 후에 지구에 충돌한다는 거짓말로 시작해서 온갖 진실들을 농담인척 관객들의 얼굴에 집어던지며 조롱하다가 우주선으로 탈출해 몸을 냉동시킨 소수의 사람들이 2만년 뒤에 어떤 행성에 도착해서 살아남는다는 거짓말로 끝을 맺는다. 우주선 안에서 사람들의 몸을 얼렸다가 수만년 뒤에 해동해서 살려내는 일은 전혀 불가능하다. 그 근처에 접근한 기술도 없다. 세균이나 기생충을 냉동보관하는 것은 가능해도 인간의 몸을 가지고는 실현 가능성 제로다. 그런 기술의 발명보다 지구의 종말이 더 빨리 올 것이다.

     

    실상은 현재 인류의 기술로는 달에도 가지 못한다. 69년 달에 갔다고 했을 때 나사가 가진 컴퓨터의 전체 연산능력이 현재의 스마트폰 한대보다 떨어졌다. 재료기술, 엔진기술, 통신기술, 촬영기술 등의 발전도 50년 전과는 비교 불가다. 달에 간다고 하면 무언가를 거기에 지어야 하고, 그럼 지구에서 왠만한 일반 망원경으로 그 구조물이 보여야 한다. 그래서 달에 안 가는 것이다. 못 가는 것을 안 간다고 하기 위해 안 가고 있다. 화성에 무인기를 보내 사진까지 받아보는 기술로 달에 안 간다는 말을 믿으니까 대중이 맨날 조롱의 대상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이 달에 못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쯤 거대한 정거장을 수십개 짓고 희토류를 캐고 있거나 호텔 루나를 지어도 모자랄 판국에 왜 달을 애써 건너뛰고 화성 얘기만 하고 있을까. 

     

     

     

     

    종말을 살면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

     

    지구의 멸망이 다가오자 사람들은 각자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한다. 독한 술을 병째 마시기도 하고, 섹스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감동을 주는 종말은 가족과의 화해, 가까운 사람들과의 소박하지만 화목한 식사자리, 손에 손을 맞잡고 하는 기도였다. 종말을 맞은 사람들은 비로소 정직하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서로를 용서하기도 한다. 

     

    세상에 강한 애착을 보이는 사람들은 스스로의 욕심에 속아 내내 헛깨비를 쫓게 마련이다. 3성장군씩이나 되어서 단돈 몇 만원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장면은 악의 평범성을 잘 표현했다. 그러다가 운이 좋아서(?) 종말을 맞게 되면 가족의 소중함도 알게되고, 솔직해지고, 용서가 넘치게 된다. 그런 면에서 죽음이 저 멀리 보이지도 않는 곳에 있다고 여기는 사람과 지구의 종말이 가깝다고 여기는 사람의 삶은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기독교의 핵심 교리인 ‘임박한 종말’도 같은 관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성경을 믿는 사람들은 예수 그리스도가 당장 오늘이라도 재림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예수의 재림은 곧 이 세상의 종말을 뜻한다. 진심으로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다고 믿으면서 일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 길만이 세상의 헛된 유혹을 이기는 힘을 가지게 한다고 믿는다. 예수를 믿는다면서도 임박한 재림을 믿지 않는 자는 돈이나 협박 따위에 굴복하고 죄에 빠지게 된다고 믿는다.  

     

    종말을 사는 사람들은 무엇이 중요한지 안다. 알콜중독자, 섹스중독자, 돈으로 종말을 해결해 보겠다는 자 등을 제외한 정상적인 사람들은 종말을 살 때 가장 의미있는 인생을 살 수 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혹시 아니라면 내일이 올 것이고, 그럼 또 내일이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간다. 내일을 살아야 할 수도 있으므로 일에서 손을 놓아버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헛된 것들을 쫓을 생각 따위는 하지 않는다. 바람을 피울 마음도 들지 않고, 사치를 부리고 싶은 마음도 없다. 한 번이라도 더 가족들과 친구들의 손을 잡고 감사기도를 하고 음식을 나눠먹고 싶어진다. 솔직한 대화를 나누고 싶어진다. 작은 거짓말도 하지 않게 된다. 이득이나 셀프이미지를 위해 페르소나라는 가면을 뒤집어쓰지도 않는다. 그럴 이유가 없다. 매일 종말을 사는 사람이 되어서 그런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싶어진다. 톨스토이에 따르면 그들은 신의 상태에 가까운 사람들이니까. 

     

     

    <FOOD FOR THOUGHT>

    NASA의 수장이 '마취과 의사'인 것으로 나온다. 전혀 의미가 없는 그저 웃기려고 한 설정일까? 작가는 의미없는 설정은 한개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중들은 그저 좋다고 웃을 테다. '깔깔깔 나사 대표를 마취과 의사를 앉혔대, 미친 거 아니니, 깔깔깔'하고. 웃길 거면 차라리 수의사나 장의사로 하지 왜 하필 발음도 어려운 마취과 의사로 했을까? 마취과 의사가 하는 일이 뭘까? 사람들을 잠들게 하는 것. 수술이 끝날 때까지 깨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 마취 상태를 잘 유지하는 것. 이 일들과 NASA가 하는 일 사이의 관계는 무엇일까? 영화의 로켓 발사 장면에서 힌트가 등장한다.
    바포멧(baphomet)의 뿔 형상의 머리를 하고 스테이지에 오른 그녀, 아리아나 그란데. 그녀는 저스트 룩 업(Just Look Up)이라고 외친다. 해와 달과 별이 가까 오고 있음을, 점점 뜨거워지고 있음을 그들은 느낄 수 있다. 그들은 '이번엔' 완전히 망쳐버렸다는 걸 안다. 그래서 다같이 함께 있기를 바란다. 무얼 하든 각자의 마음을 다독이며... 그녀와 그녀의 무리는 당장이라도 모두 죽을 수 있음을 노래한다. 바포멧을 숭상해왔던 인류 역사의 뿌리깊은 악인들과, 그들에게 영혼을 빼앗긴 평범한 악인들이 '최근의 하늘을 바라보며 느끼는 절절함'을 애절하게 표현한 곡 '저스트 룩 업'. <돈 룩 업>이라는 영화는 그들의 마지막 발악이다. 부디 그들 중 일부에게라도 신의 자비가 주어지기를.https://www.youtube.com/watch?v=dUmVrnyEL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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