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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모 마스크스 = 호모 사피엔스
    시사 이야기 2022. 10. 12. 10:07



    쓰란다고 무지성으로 마스크를 쓰고, 남들과 심지어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까지 마스크를 강요하는 사람들을 '호모 마스크스'라고 칭하며 힐난한다. 호모 마스크스는 생각하는, 지혜로운, 스스로 사고하고 서로의 지혜를 모아 언제나 최선의 방법을 찾아낼 줄 아는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와 대비되는 개념이라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호모 사피엔스는 스스로 생각하고 지혜를 모아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어 왔을까. 그래서 여기까지 왔을까. 이 일이 있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훌륭하고 좋았는데,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어쨌든 인류가 지혜를 모아 빛나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떤 이벤트로 인해 대부분의 호모 사피엔스가 호모 마스크스로 변해버렸을까.

     


    그렇지 않다. 호모 사피엔스는 태초부터 지금까지 쭉 호모 마스크스였다. 그동안엔 보이지 않는 마스크를 피부 아래서 뒤집어쓰고 타인을 속이고 자신을 속여오다가, 이제 때가 되어 그 마스크가 외부로 드러났을 뿐이다. 보이지 않는 마스크를 쓰고 선한 척, 의로운 척, 똑똑한 척, 성실한 척 해온 결과 인류의 자랑이자 희망이던 과학기술과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총아들에 의해 입마개를 당하게 되었을 뿐이다.

     


    정체도 효과도 알 수 없지만 반복해서 찔러대는 주사와 과학에 반하는 '콧구멍 뇌수까지 쑤시기'를 거부하는 소위 ’깨어났다’는 사람들조차 아직도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을 본다. 마치 작금의 사태가 일부 힘있는 악인들에 의해 벌어진, 악인들에 의한 선량한 절대다수에 대한 폭력일 뿐이며, 선량한 절대다수가 깨어나 들고 일어나면 해결이 가능한 것처럼 남들을 속이고 스스로를 속이는 것을 본다. 정말 그런가. 인류는 소수의 악인들과 절대다수의 선량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는가. 혹시 그 반대는 아닌가. 만약 그 반대가 맞다면 이 세상에 희망이 1이라도 있는가. 양심과 이성을 가지고 생각해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문제다.

     


    불과 얼마 전까지, 극소수 음모론자들과 기독교인 중 소수를 제외한 인류 전체가 빌 게이츠와 구글과 삼성과 UN(WHO)을 선망하고 찬양했다. 높은 빌딩과 커다란 공항과 빨리 달리는 자동차를 사랑했다. TV를 숭배한 나머지 거기 얼굴을 비추는 걸 가문의 영광으로 알았다. 하지만 지금, TV를 숭배하는 사람들의 운명을 보라. TV에서 사라면 사고, 팔라면 팔고, 좋다면 좋은 줄 알고, 나쁘다면 나쁜 줄 아는 그들이 줄서서 입마개를 한 채 신체포기각서에 사인하고 팔에 꽂는 독사의 이빨을 보라. TV는 무엇을 먹고 이토록 거대한 힘을 지니게 되었나. 그것의 먹이는 두 얼굴을 가진 호모 마스크스 개개인의 관심과 선망과 욕망이었다. 한순간이라도 진실(양심)보다 돈을, 명예를, 행복을, 쾌락을 앞세웠던 모든 사람이 합심해서 빌 게이츠를, 삼성을, 구글을, UN을, 화이자를, 헐리우드를, TV를 거인으로 키워냈다. 그리고는 마침내 거인들의 완벽한 통제를 코앞에 두게 되었다.

     


    사회적으로는 건실한 척 하면서 뒤로는 온갖 비밀스런 욕망을 숨긴 채 살아온 호모 마스크스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은 딱 한 가지다. 마스크를 벗어버리는 일이다. 헝겊으로 된 눈에 보이는 마스크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마스크인 페르소나를 벗어버리는 일이다. 더이상 그 어떤 거짓말도 하지 않고, 단 하나의 비밀스러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그 시작이다. 그렇게 하면 스스로의 추악함을 마주할 수 있고, 그러면 비로소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된다. 이 세상은 원래부터 호모 마스크스들의 땅이었고, 그들은 언제나 거인을 선망하고 숭배해왔으며, 그 결과 이제—유발 하라리 박사님이 인간은 해킹 가능한 유기물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듯이—과학이라는 거인에 의해 자유의지를 박탈당할 처지에 놓여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쯤에서 영혼의 존재를, 신의 존재를 고민하게 된다. 호모 마스크스가 마스크를 벗는 일은 신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도 하게 된다.

     


    양심과 이성이 있다면 이 땅에, 호모 마스크스에게 조금의 희망이라도 남아있다고 말할 수 없다. 돈도, 권력도, 무력도, 과학기술도 모두 거인들의 것이다. 스스로 키워낸 거인들을 상대로 호모 마스크스가 뭉쳐서 무엇을 할 수 있나? 마음속 한켠에서는 아직도 거인들이 가진 것을 원하는 저주받은 호모 마스크스가 아무리 많이 모인들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점잖은 척 하는 그들은 모였다 하면 반드시 불륜과 싸움을 일삼기 때문이다.) 희망은 오직 영혼의 마스크를 벗어버린 소수의 사람들에게 신에 의해 주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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